부적이란?

게시일: Nov 27, 2015 12:24:26 AM

정월의 의미는 희망,기대가 다른 열한달보다 크다는 데 있다. 그래서 성실, 자신감 등에 실천덕목을 두고 한해를 설계한다.

세시풍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적(符籍)이다. 종이에 글씨, 그림, 부호 등을 그린 것으로 악귀를 쫒거나 복을 가져다 준다는 부적은 21세기를 앞두고 비과학적, 주술적인 면이 적지않지만 오랜기간 민중과 함께해온 우리의 민속자료이다. 

우리나라 부적의 기원은 태초에 환인이 한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어 인간세상에 내려 보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천부인은 하늘의 위를 상징하는 세 가지의 인을 말한다. 인은 “찍어 받는다”는 의미의 도장이란 뜻과 함께 어떤 특별한 부적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신라시대 처용의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미모의 처용 부인을 흠모한 역귀, 그와 동침한 부인의 다리를 보고 

서울 밝은 달 아래 

밤 늦도록 노닐다가

들어 와 자리보니

가랑이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뉘것인고

본디 내것이었다마는

빼앗아 간 것을 어찌하리오 (삼국유사 권2 기이 처용랑 망해사)

노래와 춤으로 감복시킨 뒤 처용의 화상을 그려서 문에 붙인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역신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벽사도 부적이 그 만큼 신라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것을 알수 있는 좋은 자료다. 이 처용부는 5월 단오에 집집마다 드려서 붙였다.

삼국시대에는 석가탑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751년)와 함께 출토된 화합부(和合符)인 돌쇠 한쌍, 고려 용주사 탑속에서 나온 금강경과 다라니 주문 및 소원성취부, 정토부, 소삼재부(消三災符) 신흥 종교단체인 증산교 계통의 부적으로 발전 되고있다. 

조선시대에는 부적 사용이 일반화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아기를 빨리 낳을 수 있도록하는 부적인 최생부(催生符)가 실려있고 19세기 중엽 「동국세기」엔 사대부집에는 정월 초하루에 수성(壽星), 선녀, 직일신장(直日神將)등의 세화를 벽에 걸거나 귀신 잡는 종규,문을 지키는 신장을 그린 문배도(門排圖․세화)를 대문에 붙여고, 민간에서는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막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부적은 주력(呪力)으로 소원을 성취하거나 사(邪)나 액(厄)을 물리치는 것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에는 소망성취부, 재물을 부르는 초재부(招財符), 재수대길부, 자식낳기를 기원하는 생자부, 집안이 편안한 가택편안부, 관직에 오르기를 바라는 대초관직부 등이 있다. 반면 만능부적인 삼재예방부, 악귀를 물리치는 귀신불침부, 벌레․짐승을 막는다는 비수불침부(飛獸不侵符)와 야수불침부는 사나 액을 막는 부적이다. 

부적은 황색 바탕의 종이에 붉은 빛깔로 그리거나 목판을 찍어서 만든다. 황색은 광명을 상징하는 악귀들이 가장 싫어하는 빛이며 경면주사로 찍는 붉은 색은 정화의 힘을 가진 피․불 등을 상징한다. 또 어린에게 잡귀가 근접하지 못하도록 매달아준 패용부적, 짐승뿔․맹수발톱으로 만든 호신부적, 부귀득남의 기원과 호신부 역할을 한 패용별전, 벽사귀면과 길상무늬가 들어있는 열쇠고리 등 휴대용 부적과 각종 부적제작 지침서등도 신세대를 위한 부적들이 있다. 

신세대 부적이 나오고 컴부터를 통해 자신만의 부적을 스스로 그리고 있지만 전통적인 부적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금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만복진결」에 따르면 “벼락맞은 대추나무나 복숭아나무를 법식대로 잘라 육십갑자 중 갑자일이나 경신일, 음력 5월5일 아니면 부적을 갖고자 하는 자와 쓰는 자가 상합하는 생기, 복덕, 천의일을 선택해 목욕재계하고 향을 사르고 주문을 외운 뒤 아무도 모르게 붙이거나 가져가가”고 적혀있다. 

「옥구보경」에서는 “반드시 과항지에 경명주사로 쓰되 갑자일 갑자기에 의관을 정대하고 동쪽을 향해 정수 분양한 뒤 하늘을 향해 묵상송경하라”하고, 부벅을 제작할 때는 “일체상중인과 남녀합방을 금한다”고 했다. 

부적의 원료로 사용되는「괴항지」순 한지에 훼나무 열매로 물들인 것인데 그 색깔이 노랑색을 띄고 있어 괴황지라고 부르고 있다. “경명주사”의 주사는 8%의 수은과 14%의 유황을 주원료로 하여 한약제로도 이용되고 있다.